미르칼라
| 아주 오래전. 당신 말대로라면 백 년이 훨씬 넘은 과거의 마계에 있던 한 악마가 나를 만들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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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당신을 악마가 만들었다구요? 말도 안 돼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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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악마는 나를 자신의 애완동물 취급했어요. 항상 다소곳하게, 얌전하게 옆에 있기를 원했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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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《새장 속에 갇힌 새》처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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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나는 그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었어요. 그래서… 틈을 봐서 탈출했죠. 인간계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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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하지만 악마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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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럼… 당신을 쫓아온 거에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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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맞아요. 악마가 쫓아왔어요. 그리고… 마계로 끌고 가려고 했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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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래서,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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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잡힐뻔했어요. 하지만 때마침 퇴마사들이 나타났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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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퇴마사… 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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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내가 인간들 수십… 아니, 수백 명을 흡혈했다며 퇴마하려 들더군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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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다, 당신이요? 그럴 뱀파이어로 보이진 않는데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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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분명히 말하지만, 나는 그런 적 없어요. 아마도 그 악마가 자신이 한 짓들을 뒤집어씌운 거겠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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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…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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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그 악마는 결국 나를 쫓던 퇴마사들에게 잡혀 퇴마 당하고… 나 역시 퇴마사들에게 쫓기기 시작했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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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런데 어떻게… 살아남은 거에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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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그냥 절벽으로 뛰어내렸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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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네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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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절벽에서 뛰어내리고, 물에 빠졌고… 그 뒤에 눈을 뜨니 이곳이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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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아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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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자, 이제 재미없는 얘기는 끝! 그래서, 이 노리개면 값으로 충분할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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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……당연하죠. 이 노리개론 혈액 팩 한두 개가 아니라 수백개도 살 수 있을 거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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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다행이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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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(대책없는 뱀파이어네… 꼭 어린애 같아. 밖에 나가면… 금방 죽어버리겠어.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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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하지만 거스름돈은 줄 수 없어요. 지금은 화폐 단위가 다르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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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러니까… 거스름돈의 액수만큼 여기 머물러요. 어차피 갈 곳도 없잖아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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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요. 이곳이 익숙해질 때까지만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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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아하하하! 배려해 주는 건가요? 고마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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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자, 꼭 필요한 얘끼니까 지금부터 내 얘기 잘 들어요. 당신이 잠든 사이에 세상은 많이 변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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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흐응… 그건 혈액 팩만 봐도 알겠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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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인간의 문명이 그만큼 빠르게 발전한 거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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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퇴마사만 알고 있던 뱀파이어의 존재를 평범한 인간들도 알게 됐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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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 후엔… 인간들이 뱀파이어를 쫓기 시작했어요. 돈이 됐으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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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평범한… 인간이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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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처음엔《헬싱 가문》같은 샤먼들이 앞장섰지만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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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현대 문명으로 무장한《국가》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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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국가는 인간을 위협하는 뱀파이어는 사살하거나 뱀파이어들을 생포해서 생체 실험을 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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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뱀파이어는 햇빛에 노출되지 않고서야 웬만해서는 잘 죽지도 않고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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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무엇보다 뱀파이어를 죽인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으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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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어떻게 그런… 잔인한 짓을…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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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겠죠? 어쨌든 뱀파이어들은 살기 위해 도망쳐야만 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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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인간 사회로 숨어들기로 했어요. 피는 병원이나 목장주들을 통해 공급받고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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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목장주…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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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인간의 혈액이 모자라면 가축의 피라도 먹어야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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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우웩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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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《살아있는 인간을 흡혈하지 않는다. 인간을 뱀파이어로 만들지 않는다.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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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들은 이 두 가지를 금기로 삼고 인간들의 세계로 숨어들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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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흐응… 혈액 팩을 거부하고, 흡혈을 선택한 뱀파이어들도 있었을 텐데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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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없어요. 국가가 전부 죽이거나 연구소로 잡아갔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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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뭐라구요?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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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…지금의 치안은 옛날과 비교하면, 말도 못 할 만큼 좋아졌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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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국가가 마음먹고 뱀파이어를 소탕하려고 하면, 말 그대로 몰살당하고 말 거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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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, 유럽에서는 수십 년 전까지 정부에서 뱀파이어를 소탕하는 나라도 있었대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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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사정이 이렇다 보니 뱀파이어들은 서로를 감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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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러다 금기를 어기는 뱀파이어를 발견하면 샤먼을 고용해서 처리하는 거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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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정부가 눈치채고 뱀파이어들을 소탕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처리하는 거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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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렇게 뱀파이어가 뱀파이어를 죽이기 위해 고용하는 샤먼을《뱀파이어 헌터》라고 불러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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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당신의 시대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현대의 뱀파이어는 겁쟁이들뿐이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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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…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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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그러니까 절대로 인간을 흡혈해서는 안 돼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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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인간을 흡혈하면 뱀파이어 헌터한테… 사냥당할 테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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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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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…알겠어요. 당신, 뱀파이어에 대해 정말 많이 아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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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말했잖아요, 과장님한테 배웠다고. 제가 좀… 똑똑하거든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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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아무튼 절대로 흡혈하지 말고, 절대로 흡혈시키지도 마세요. 뱀파이어 시체는 처리하기 싫으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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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아이구~아가씨 옆에만 가면 몸이 씻은 듯이 낫는 기분이 든단 말여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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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흐응… 나는 좀 귀찮은데… 저리로 좀 가주시면 안 될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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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예끼! 어른에게 버르장머리 없기는! 그러지 말고 쪼매만 얌전히 있어 보라니까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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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…하아…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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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나 좀 도와줘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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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왔어요? 어르신들께 인기 만점이던데, 후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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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놀리지 말아요. 인간들이 자꾸 엉겨 붙어서 짜증 나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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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음… 하지만 어르신들의 기분은 알 것 같아요. 저도 당신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거든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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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흐응… 좋은 향기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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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뭐랄까… 과장님과 비슷한 느낌의 향기에요. 당신에게서 드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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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과장님 그 뱀파이어라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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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아 그렇네요! 둘 다 뱀파이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 때문이겠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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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내가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라고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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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그럼… 근원을 바꿀 순 없으니… 영원히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뜻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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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어쩔 수 없지 않겠… 아, 혹시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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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흐응… 정말 이걸로 될까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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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어딜 갔다 이제 오는겨! 한참 찾았잖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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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…또 오셨네요…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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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그려~ 그러니까 얼른 여기 앉아봐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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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하아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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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처자한테서는 왜 이렇게 좋은 향이 나는지 모르것어~ 맡고 있으면 아주 편안~ 한 게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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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일단 이것부터 먹어 볼래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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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이게 뭐여? 사탕? 주니까 먹기는 하는데 치아가 시원찮아서 잘 못 먹어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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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일단 먹어보고 얘기하자구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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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끄응… 응? 맛있네? 그리고 어쩐지… 어렸을 때 먹던 박하사탕 같기도 하고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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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
| 사탕 있으면 더 줘봐! 집에 가서 물고 있으면 딱 좋것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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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(내 마력으로 만든 사탕이니 당연하지… 그보다 그 간호사 말이 맞았네?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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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환자들이 힘들어할 때는 괜찮아질 거라고, 참으라고만 했어요. 하지만 더 힘들어할 뿐이었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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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당장의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, 아주 작은 기쁨만 있다면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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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미아
| 더 큰 고통도 이길 수 있을거에요. 그 능력으로 뭔가 만들 수는 없을까요? 사소한 거라도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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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흐응… 이 정도면 귀찮은 이목도 덜 끌릴 테고… 사탕만 충분하다면 외출 나가도 괜찮겠는걸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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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르칼라
| 그럼~ 어디 한번, 세상이 얼마나 변했나 한번 볼까~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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